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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비친 봉녕사

제목 봉녕사 금강율학승가대학원 ‘사분율 비구니 계상표해’ 발간
등록일 2016-01-27 조회수 10418 작성자 관리자

지계정신 고취하라는 유훈 따라

연구과정 스님들 3년 불사 회향

율장 속 비구니계 일목요연 설명

국내 율장연구에 학문적 토대와

청정승가 구현에 기여할 것 기대

   
 

 

봉녕사 금강율학승가대학원(원장 적연스님) 연구과정 스님들이 율장 속 비구니 계목을 총망라해 우리말로 번역한 <사분율 비구니 계상표해(四分律比丘尼戒相表解)>를 최근 출간했다. 이 책은 중국 홍일율사(1880~1942)가 율장의 여러 전적을 참고해 일목요연하게 표를 만들고 편집한 <사분율비구계상표기>를 저본으로 비구니 승우스님이 율장과 <행사초> <비구니초> <사분율소> 등 율부에서 비구니계에 해당하는 부분을 수집 추가해 제의(制意)를 덧붙인 <사분율 비구니 계상표기>를 번역한 것이다. 비구니 계목을 사전처럼 설명한 것 외에도 계를 제정한 인연과 뜻까지 상세하게 설명된 이 책은 승가의 청정한 수행풍토 조성은 물론 비구니계율 연구의 토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불교 최초의 비구니 율장 전문 연찬도량인 봉녕사 금강율학승가대학원이 수행의 나침반이 될 <사분율 비구니 계상표해>를 우리말로 처음으로 번역해 소개했다는 점에서 이번 불사는 의미 깊다. 금강율학승가대학원은 자운율사로부터 계맥을 받고 비구니 율맥을 이은 세주묘엄(1931~2011) 명사의 유훈이 전해 내려오는 도량이다. 선교율에 능통한 묘엄스님은 종단의 승가교육과 수행에 남다른 발자취를 남긴 동시에 비구니 계맥을 되살린 수행자이기도 하다. 생전에 스님은 계율에 대해 “수행자는 반드시 실천해야 할 절대적 가르침”이라고 역설하며 “계율을 바로 알고 실천한다면, 불교가 일체중생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묘엄스님은 봉암사에서 자운스님을 계사로 식차마나니계를 수지했는데, 이는 종단 최초이기도 하다. 이어 스님은 1950년 통도사에서 자운스님 문하에서 계율학의 기본이 되는 <사미니율의>와 <비구니계본>, <범망경> 등을 공부했다. 청정승단을 회복하고 정법을 구현할 율맥을 잇는 비구니 율사가 되기 위한 출발점이라고 볼 수 있다.

일제강점기를 지나며 피폐해진 한국불교의 계율을 복원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아 부었는데 그 중심에 섰던 인물이 자운스님이다. 특히 스님은 이부승수계(二部僧受戒)제도를 복원하기 위해 애썼는데, 5부 율장과 <사분비구니계본>을 손수 필사해 연구하며 묘엄스님 등 비구니 스님들을 가르친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이 가운데 묘엄스님은 1981년 자운스님으로부터 필사본 <사분비구니계본>을 전해 받으며 계맥을 전승받은 최초의 비구니 율사였다. 이후로 묘엄스님은 조계종 단일계단구족계 수계산림 교수사, 갈마아사리, 니전계화상으로서 비구니 승가와 율맥 전승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또 스님은 2009년 완공한 우화궁에 금강계단을 개설, 2010년부터 식차마나니계 수계산림을 단일계단으로 봉행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기반이 바로 금강율학승가대학원이다. 지계를 늘 강조했던 묘엄스님은 강원(현 승가대학)에서 후학들에게 직접 율장을 지도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생각했다. 비구니 율맥을 바로 세운다는 원력으로 스님은 1999년 한국불교 사상 처음으로 비구니 금강율원(현 금강율학승가대학원)을 설립했다. 전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을 율주로 모시고 묘엄스님은 초대 율원장을 맡았다.

금강율학승가대학원의 개원은 지계정신을 실천하고 율장연구풍토를 확산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비구니 스님들은 율장을 공부하고 싶어도 공부할 곳이 없었다. 총림마다 율원이 있지만 비구니 스님을 위한 공간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나 금강율학승가대학원이 문을 열면서 달라졌다. 종단으로부터 인가받은 비구니 스님을 위한 율장연찬도량이 생기면서 스님들에게 배움의 길이 열렸다. 금강율학승가대학원이 비구니 율맥의 산실이 될 수 있었던 이유다. 또 이를 계기로 김천 청암사에도 율학승가대학원이 설립되면서 비구니 스님들이 율장을 연찬할 수 있는 도량도 늘어났다는 점에서 선구적이다.

금강율학승가대학원 설립 이후 지금까지 총 60여 명의 스님이 이곳에서 율장을 연찬했다. 팔순이 넘은 노구에도 후학들을 가르치는 데 소홀함이 없었던 묘엄스님. 어른의 그림자가 크고 깊어 스님은 적멸에 들었지만, 금강율학승가대학원에는 여전히 스승의 사상이 그대로 전해진다. 적연스님에 이어 대우스님과 의천, 일연, 도혜, 선나스님 등이 차례로 전계를 받으며 지금까지 큰스님의 유지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12년에는 도혜스님이 계단위원회로부터 율주로 임명됐고, 4대 대학원장에 적연스님이 취임해 후학들을 지도하고 있다. 대학원장 적연스님은 “묘엄 명사의 유지를 받들고 수행가풍 확립과 사회정화를 교육이념으로 삼아 율장연찬에 매진하고 있다”며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며 보다 내실을 기하는 교육제도를 통해 종단을 대표하는 계율전문 비구니 교육기관으로서 자리매김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묘엄스님 생전에 계율산림이나 특강을 진행하면서 계율의 중요성을 스님들에게 알렸던 봉녕사는 최근 3년 동안에는 대만 남보타사 부원장 본인스님, 대만 의덕사 비구니 소안스님 등을 초청해 계율특강을 개최하기도 했다. 5년 전 율학승가대학원 졸업생 스님들이 대만 남림 비구니율원, 의덕사비구니율원, 남보타사 비구율원을 순례한 것이 인연이 돼 시작된 것으로, 지금은 교육원 인증을 받은 승려연수교육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계율특강을 통해 큰스님의 유지를 받들어 계율의 중요성을 환기시키겠다는 취지로 2012년도에 주지 자연스님이 계율특강 연수를 시작했다.

이번에 금강율학승가대학원에서 <사분율 비구니 계상표해>를 발간한 것 역시 묘엄스님의 뜻을 이어 지계정신을 고취하고 율장연구의 기반을 마련하고자 하는 취지에서였다. 대승불교권에 위치한 한국불교는 <범망경>을 중심에 두고 <사분율>은 성문율이라 해서 그저 문헌 속에 존재하는 계율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다. <사분율>을 근거로 비구 비구니계를 수지함에도 수계산림 때 율장을 공부하는 게 전부이고, 포살법회 때는 <범망경>을 독송하는 것에 그쳐 <사분율>을 제대로 익힐 기회가 부족했다. 그러다보니 일부 스님들은 계를 지켜야 한다는 의식이 약해졌다. 이는 불교가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책에는 비구니 스님들이 지켜야 할 계목 사소한 것 하나까지 모두 설명돼 있다. 금강율학승가대학원 연구과정 스님들은 계에 대해 바로 알면 누군가 옆에서 지키라 마라 얘기하지 않아도 지킬 수밖에 없다는 점을 역설했다. 이 책은 스님들로 하여금 계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지계의식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한 걸음 더나가 <사분율 비구니 계상표해>가 우리말로 소개되면 율장연구에도 새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대승계의 영향이 컸던 국내에는 <사분율> 관련 연구 성과나 번역서, 주석서가 전무하다시피하다. 앞서 번역된 율장들은 고어체라 현재 사용하는 말과 차이도 커 활용하기 어려워, 율장을 공부하려면 대장경 원문을 직접 번역해야 할 정도다. 연구하는 스님도 적고, 성과도 미비할 수밖에 없었던 계율연구의 현실을 벗어날 매개가 될 수 있는 게 바로 이 책이다. 본문에 인용된 글의 출처까지 각주에 모두 명시돼 있어 공부하는 이들로 하여금 자료를 찾는 시간도 단축시켜줬다.

오는 2월 동국대 대학원 선학과에서 <범망경의 수계행법과 수행체계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하며 큰스님의 가르침을 이어가는 금강율학승가대학원장 적연스님은 “책 출간의 계기로 스님들의 지계의식이 높아져 현대인들이 스님의 행(行)만 보고도 존경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비구니 계맥을 이어온 묘엄스님의 수행 발자취


1945년 3월 25일 경북 대승사에서 월혜 스님을 은사로 득도

1945년 4월 15일 경북 대승사에서 성철스님을 계사로 사미니계 수지

1950년 통도사에서 자운큰스님으로부터 사미니율의, 식차마나, 범망경, 비구니계율 등 수학

1958년 3월 18일 경남 통도사에서 자운화상을 계사로 구족계 수지

1981년~1984년 비구니구족계 수계산림 교수사, 갈마위원 역임

1992년 8월21일 비구니구족계 수계산림 교수사, 니갈마아사리 역임

1995년 11월1일 구족계산림 비구니 전계화상 역임

1996년 비구니 구족계 수계산림 니교수사

1998년 8월 제2회 특별구족계 수계산림 니갈마아사리 역임

1999년 6월21일 비구니 금강율원 개원 율원장 취임

2006년 단일계단 제27회 비구니 구족계 수계산림 교수사 역임

2007년 1월6일 단일계단 전계대화상이신 활산성수화상으로부터 율주 임명

2007년 10월23일 명사 법계품서 수지

2009년 3월 비구니 전계화상 위촉

2009년~2011년 비구니 구족계 전계대화상

“비구니 스님들 수행의 나침반 될 것”

비구니계 348개 일목요연 정리

제정한 인연, 뜻 상세설명 눈길

900여 페이지 방대한 분량에도

깔끔한 편집 쉬운 표현 돋보여

   
 

<사분율 비구니 계상표기>를 저본으로 삼고 계의 제정인연 등을 추가한 이 책은 9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임에도 깔끔한 편집과 쉬운 문장으로 편하게 읽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책에는 8바라이법, 17승가바시사법, 30니살기바일제법, 178바일제법, 8바라제제사니법, 100중학법, 7멸쟁법 등 비구니 스님이 지켜야할 348개의 계목에 대한 사전적 설명과 함께 계가 제정된 배경과 계를 범하는 것과 범하지 않는 것에 대한 기준이 표로 일목요연하게 설명돼 있다.

금강율학승가대학원 스님들이 3년 전 이 책을 우리말로 번역하겠다고 원력을 세운 것은 척박한 국내의 계율연구 풍토 때문이었다. 율장을 공부하기 위해 전문교육기관에 입학했지만 막상 활용할 만한 자료가 많지 않았다. 중국과 대만의 책들을 주교재로 삼아 번역해가며 어렵게 공부하면서 우리말로 된 책의 필요성을 공감한 스님들은 직접 번역에 나섰다. 연구과정에서 수학 중인 강사 설오스님과 원광, 혜원, 정원, 성담, 우담, 초은스님이 번역하고 주석을 달며 책을 완성해나갔다.

신심과 원력으로 시작했지만 율장을 현대 우리말로 옮기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율문을 잘못 번역해 보급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가장 컸고, 율장에 등장하는 전문적인 용어를 어디까지 한글화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적지 않았다. 저본인 <비구니계상표기>가 응축된 문장이라 단순히 번역만 한다고 해서 뜻을 전달할 수 없었던 까닭에 참고자료는 점점 늘어났다. 국내에는 자료가 부족해 대만과 중국에서 나온 과청(果淸)율사가 쓴 <사분율비구니계본강기(四分律比丘尼戒本講記)> 외에 본인스님의 <사분비구니계상표기강의> 여서스님의 <사분율비구니계상표기천석(淺釋)>을 보며 주해를 달았다. 이들 책을 참고할 때는 대만에서 공부했던 설오스님과 원광스님의 역할이 컸다.

중국과 한국의 문화차이 때문에 한자를 알아도 번역이 되지 않는 구절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주변에 가르침을 구했다. 3년 전부터 봉녕사서 계율특강을 하는 대만 남보타사 본인스님과 대만인으로 한국서 출가해 봉녕사에서 공부한 여항스님에게 도움을 받았다. 금강율학승가대학원서 공부하다 현재 의덕사에서 유학 중인 정원스님도 전문과정 스님들의 SOS에 언제나 응답해줬다. 공동작업이었기에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가며 경험을 공유하면서 작업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대만에서 공부할 때 과청율사가 쓴 <사분율 비구니계본강기>를 보며 환희심을 느껴 번역해보자는 원력을 세웠었다”는 원광스님은 “번역을 잘못하면 만 중생에게 거짓말하는 것이라 선뜻 나서지 못했는데 금강율학승가대학원 스님들이 <비구니계상표해> 작업을 한다기에 동참했다”며 작업 하는 내내 환희심을 느꼈다고 한다.

교정 작업은 더 치열했다. 한글세대의 시점에 맞추자는 생각에 한문 원문을 과감히 빼고 토씨 하나 걸리는 것을 용납하지 않은 스님들은 자구 하나를 두고 밤을 새워 토론했다. 번역문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과정이었다. 교정지가 너덜너덜해지도록 원고를 고치고 또 고쳤다. 출판사에서는 혀를 내둘렀지만, 덕분에 책의 완성도는 높아졌다. 9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책에 오탈자가 거의 없다.

책을 받아본 스님들의 반응도 뜨겁다. 계율에 대한 책이라 딱딱할 줄 알았는데 계를 제정한 인연 등이 함께 소개돼 있어 궁금증에 저절로 책장이 넘어간다는 것이다. 읽다 보면 부처님께서 직접 계를 설명해주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는 스님도 있다. 책을 찾는 스님들이 많아져 1쇄 500부는 이미 다 배포됐고, 2쇄 교정 작업이 진행 중이다.

   
 

초은스님은 “율장을 공부하면서 부처님께서 직접 훈계해주고 일러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당시 승가생활이 머릿속에 그려지면서 경전보다 부처님 가르침이 더 가깝게 느껴졌다”고 한다. 당시에 스님들이 어떻게 살았고, 지금 그 정신을 되살려 현대에 맞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부처님께서 계율을 제정한 의미를 안다면 스님들이 지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담스님은 “대만의 율종도량에 가보니 부처님 당시에 제정한 계율이 문헌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 승가생활에서 지켜지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책을 접한 스님들이 생활이 변하면 승가가 청정해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강사 설오스님도 “번역하면서 신심도 깊어지고 환희심도 느꼈다”며 “책 발간을 계기로 기본교육기관에서 비구니 계율 교육이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금강율학승가대학원장 적연스님은 이 책이 청정한 승가 구현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분율을 근거로 비구니계를 수지하면서도 계에 대해 자세히 모르는 스님들이 많다. 그러다보니 계를 지킨 것인지 아닌지 모르고, 계를 범했을 때 어떻게 참회해야 하는지도 몰라 수행에 타성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 계목을 왜 지켜야 하는지에 대해 상세히 설명돼 있어 계행이 자연스레 청정해지리라 기대한다.

[불교신문3173호/2016년1월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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